▲ 민주일반연맹이 20일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노동자 직접고용 이후 벌어진 무더기 형사기소와 손해배상 청구, 직위해제 등 탄압 사례를 밝히고 도로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울 했다. 직위해제된 전서정 경남일반노조 지회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14일 기소된 노동자들을 모두 직위해제하고 임시직원으로 전환했어요. 그 후로는 방치되다시피 했어요.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할 때까지 휴게실 겸 사무실에 있는 거예요. 우리는 사무실이 없어요. 휴게실을 사무실처럼 쓰고 있는 거죠. 출근하면 퇴근 때까지 그냥 있어요. 해고 전 단계 같아요. 무섭다기보다는 우리를 부정한다는 느낌에 화가 나요.”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이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 섰다. 도명화 지부장은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이어진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정규직 전환 투쟁을 이끌었던 노조간부 중 한 명이다.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98일간 고공농성을,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로비 점거농성을 했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잇따르고 비난 여론이 일자 공사는 지난해 1월 1천500명을 직접고용했다.

“직위해제, 해고 전 단계
직접고용 부정한다는 느낌”

직접고용되고도 노동자들은 시달렸다. 요금수납 업무 대신 업무지원직으로 배치됐다. 업무지원직은 환경정비나 감시·점검업무, 주차장 운영·관리업무를 한다. 노동자들은 도롯가 잡초를 뽑거나 낙석방지 철조망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사무실도 없어 컨테이너박스로 지어진 휴게실에서 머물렀다.

소송에도 휘말렸다. 공사는 본사 농성을 하며 현관문·화분·집기 등을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각종 농성을 이유로 공무집행방해, 공동주거침입 같은 혐의로 지난해 11월과 12월 잇따라 기소했다.

직위해제돼 임시직원이 된 노동자는 도 지부장뿐만이 아니다. 도로공사는 지난 14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노조간부 16명을 모두 직위해제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해고 수순으로 보고 있다.

도로공사는 인사규정을 직위해제 근거로 제시했다. 공사 인사규정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고, 기소된 이가 금고 이상 판결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기소된 노동자들은 27명이다. 청와대 앞에서 농성했던 이양진 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과 강동화 연맹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5명과 캐노피 고공농성을 했던 도명화 지부장을 포함한 3명, 공사 본사에서 농성했던 19명이 공동주거침입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인사규정에 따른 직위해제
금고형 이상 받으면 해고 가능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도로공사지회장은 “투쟁에 참여했던 간부들을 직위해제하는 것은 투쟁 전반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투쟁은 정당했다”고 밝혔다. 전서정 경남일반노조 톨게이트지회장은 “긴 투쟁이 끝난 후 허리가 탈골된 걸 알고도 치료해 가며 일했는데 7개월 만에 직위해제를 당했다”며 “자회사 계약직이 싫어서 투쟁했는데 임시직원이라니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직위해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 하나로 직위해제를 자행했다”며 “한 명의 예외 없는 직접고용 현장복귀라는 결과가 증명하듯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투쟁에 대한 보복성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서 처리한 일이며 법원 판결을 보고 대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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