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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01/26 정동칼럼-민주노총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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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공연대 댓글 0건 조회 358회 작성일 23-01-3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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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노총의 쓸모 


2023.01.26. 경향신문 출처 


작성자 :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숭배 애도 적대> 저자)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에 찬 ‘귀족노조’ ‘종북’ 프레임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8년 12월25일 고용노동부가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을 발표했을 때가 기억난다.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논조는 한마디로 히스테릭했다. 그들은 노동조합 조합원 전체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가 96만명에 이르러 한국노총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두고 이제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썼었다.(2021년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13만여명이며, 한국노총이 다시 제1노총이 되었다.) 그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상투적인 공포를 조장하고 ‘반민노총’ 선동에 성의를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때 고용노동부 발표에서 걱정해야 할 것은, 여전히 한국 전체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11%에 머무르고 그나마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치중돼 있으며, 30명 미만 작은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종북’ ‘좌파’인 문재인 정권은 사실 민주노총과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김명환 위원장과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했었고, 2021년 민주노총은 문 정권과 ‘전면 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노동 존중’ ‘눈 떠보니 선진국’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진전이 없다고 지적도 여러차례 받았다. 

  

그럼에도 이는 지난 1월18일에 국정원에 의해 연출된 ‘쇼’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총괄기획자로 진행되는 총체적인 역사 퇴행의 상징적인 광경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참 좋아했던 간첩 조작의 달인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되살아온 듯, ‘국가정보원’ 다섯 글자를 자랑스레 달고 북한의 ‘주적’들도 지켜보고 있을 TV에 등장한 그들의 쇼는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검찰세력에 대한 국정원의 애타는 인정투쟁이고, 그 배경은 정권의 민주노총 제물 만들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적지 않은 시민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은 분명 심각하게 다루고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으며 여전히 90%에 가까운 임금 생활자에게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단결권과 쟁의권의 행사가 특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이 정권과 보수언론, 검찰, 부자들의 특권동맹이 ‘을’들을 갈라치기에 기막히게 좋은 소재로 사용된다. 


그러나 노조란 헌법상 가장 중요한 기본 권리의 응결체다. 그것은 매일 직장에 나가 일하며 살아야 하는, 임금, 인사고과, 월차 연차, 출퇴근 시간, 성희롱과 갑질, 출산 육아 등에 걸린 문제 때문에 열 받고 가슴 졸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 중에 이런 경험과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분노’와 ‘가슴 졸임’을 같이 해결하고자 할 때, ‘종북’ ‘빨갱이’ 딱지를 붙여서 지레 겁먹게 하고 부당함을 감수하게 하는 수법은 ‘한국 고전’에 속한다.


민주노총은 단지 소속 노동조합원들의 ‘연맹’만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하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제민주세력과 연대”한다는 강령을 가진 민주노총은 한국 시민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자 공공재다. 또는 그런 가능성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업의 일방통행과 ‘돈’의 횡포, 사람을 갈아서 돌리는 체제로부터 ‘인간’을 방어하는 드물게 실체 있는 조직이다. 그러니 민주노총은 (박완서처럼 표현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길 3”에 있다. 이는 바로 경향신문사의 주소와 같은 곳이다. 그 회의실과 강의장은 다른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연대와 회의, 기자회견 공간으로 쓰인다. 9층 구내식당에는 5000원짜리 밥을 판다. 그 건물에 이런저런 일로 왔다 갔다 해봤지만 그 안에서 (경향신문 기자 포함) ‘귀족’을 본 적이 없다. 대신 작업복 잠바와 노조 조끼 입은 남녀들과 모범생처럼 생긴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그런 이들이 ‘귀족’이라면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에 있는 수십, 수백억 자산가들은 뭐라 불러야 할까?


뭔가 시대에 안 맞는 듯한 정파의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에서 주류의 자리에 있다든지, 청년·여성·비정규직·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의 행동이 불충분하고, ‘산별 노조’로서의 실질적 기능이 약하다든지 하는 일들은 단지 민주노총의 한계만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세계 전체에 깊이 침투한 다원화되고 심화된 불평등과, 한국 민중운동의 사회·역사적 한계가 거기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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