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기고] 민영화가 공공돌봄을 망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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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공연대 댓글 0건 조회 291회 작성일 22-10-14 10:30본문
(위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열린 10.12 민주노총 돌봄노동자대회 당시 모습을 담았습니다)
매일노동뉴스 기고 <민영화가 공공돌봄을 망치는 이유>
이영훈(공공연대노동조합 위원장 / 돌봄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노동조합의 위원장이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돌봄서비스 이용자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15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돌봄도 민간이 주도하여 고도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아니 지금도 대부분의 돌봄이 민간에 맡겨져 있는데 도대체 더 이상 무엇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다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러 퍼즐들을 맞추어보니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민간주도의 실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여가부에서 운영중인 아이돌봄 서비스가 있는데 김현숙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였는데 이 말인즉 돌봄을 정부에서 제공하지 않아도 좋은 서비스면 민간에서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말만이 아니라 여성가족부는 9월에 아이돌봄 자격관리제를 시범시행하면서 민간의 아이돌봄 종사자들에게도 80시간의 교육이수를 통해 자격증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3년도 아이돌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용시간과 대상은 확대했지만 양성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을 했다. 서비스 연계가 잘 안된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정부의 연계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민간의 돌봄서비스 연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 아이돌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었던 신분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정부가 자격증을 발행하고 정부 돌봄에 비해 비용 부담이 되는 부분은 지방정부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향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돌봄은 당연히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당장에는 이용자 가정의 돌봄 공백이 덜할 수는 있지만 이것 저것 더 많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자격에 공급한다는 논리는 결국에 종사자들에 대한 저임금, 노동착취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아이돌봄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결론은 이미 수 십만에 달하는 노인요양시설과 어린이집 보육시설 운영에서 검증된 바 있다. 민간에 맡겨진 요양과 보육은 장기노인요양보험 재정과 정부 재정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돈벌이와 이윤 추구에만 눈먼 시설 운영과 부정, 부패, 비리, 돌봄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돌봄의 비정상화를 만들고 말았다. 그나마 정부에서 공적으로 운영중이던 아이돌봄마저 이제 민간에 넘겼을 때 결과는 이미 예측되어 있다.
아동돌봄만이 아니다. 초고령화의 급격한 진행과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노인병원의 의료비 부담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정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해 50만명의 노인에게 안부확인과 생활지원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99%가 민간기관에 위탁되어 운영중이다. 한달에 80여곳의 가정을 방문하고 월 12시간의 안부전화를 본인 핸드폰으로 해야하는데도 아무런 비용지원이 없다. 이러다보니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수행기관은 서비스 실적을 채우기 위해 굳이 대상이 아닌 사람도 선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이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역시 10만명 가까운 지원 인력이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거의 모두 민간기관에 맡겨져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지급하는 활동수가가 낮아 정작 필요한 시간에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정보통신기기와 로봇을 활용하여 노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한다고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인공지능이 돌봄을 대체한다고 요란하게 선전했지만 가정에 공급되는 기계중 상당수는 고장나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결국 고장, a/s처리등은 사람이 해야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관리요원은 인력이 너무 모자라고 처우가 열악해 전체 600여명중 1년에 절반이 그만두는 현실임에도 기재부에서 부처의 23년도 예산 신청을 삭감하였다. 기계가 돌봄의 일부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결국 그 기계는 사람이 볼봐야한다는 평범한 사실, 정부에서 사업지시만 하고 고용은 민간에 맡기다보니 퇴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은 그동안 꾸준히 늘린다고 한게 전체중 20%인데 그마저도 민간 원장에게 위탁된게 대부분이고 실제 정부에서 운영중인 것은 2.5%에 불과하다. 보육교사들이 쉬지도 못하고 휴가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를 해결하고자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체교사들을 고용하여 파견하고 있는데 육아종합지원센터 마저 민간에 위탁되어 있어 대체교사들이 1년도 아닌 6개월 8개월 단위로 근무하다보니 제대로 채용이 되지 않아 대체교사 수급을 못하고 있다.
힐러리코텀이 <래디컬 헬프>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돌봄을 서비스로, 이용자 선택권으로 보는 관점은 지난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시각에 기초한 정책이며 이는 감염병 위기가 일상화된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모든 노동이 종사자의 처우와 연관이 있지만 돌봄노동이 다른 노동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돌봄노동은 인간 간의 상호관계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처우가 서비스의 질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돌봄을 누가하던 제공만 하면 된다는 방식은 현재 최저임금으로만 충당하는 일자리, 여성, 고령층으로 편중된 불평등한 노동이라는 결과를 만들었고 이제는 이주노동자까지 도입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어떤 서비스인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제공하는가 당연히 중요하다. 대다수가 민간에 맡겨진 전달체계는 종사자들에게 고용불안과 갑질이라는 또 하나의 굴레를 씌워 이는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나쁨 돌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20여년간의 한국사회 복지전달체계의 결과물인데 윤석열정부는 이를 더 확장하자고 하는 셈이다. 때마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터지는 안타까운 사망사고들은 돌봄이 이제 본인이 신청하면 받는 서비스가 아니라 정부에서 제공되어야하는 보편적 권리여야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돌봄은 충분히 민영화되어 있다. 오히려 공적 영역을 확대해야한다는 것이 저출생 고령화 시대의 소명임에도 이를 역행하고 있는 현 정부의 민영화는 그래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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