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9/6 각서 쓴 뒤에야 월급 받을 수 있었던 영등포구청 관제센터 비정규직의 설움 > 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언론보도

[언론보도] 9/6 각서 쓴 뒤에야 월급 받을 수 있었던 영등포구청 관제센터 비정규직의 설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공공연대 댓글 0건 조회 242회 작성일 21-11-30 10:13

본문




“12명 중 한 명이라도 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결재를 받을 수 없어,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

영등포구청 CCTV 관제센터 요원들이 올해 7월 영등포구청 직원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구청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던 12명의 관제요원은 7월 초 용역업체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어 관제요원들은 7월 12일 구청 측으로부터 6월분 월급 지급이 어렵고, 퇴직금·연차수당을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황당한 상황을 알리고자, 관제요원들은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며 구청 임금체불 사건을 알렸다. 그런 뒤에야, 구청 측은 월급을 지급할 방법이 있을 것 같다며 통장사본을 보내달라고 했다. 구청은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12명의 관제요원 전부 합의각서에 서명하면 그때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미 6월 월급을 2주가량 못 받은 상황에다 일부 신입 관제요원은 긴급대출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관제요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에 서명했다. 퇴직금과 연차수당은 끝까지 받지 못했다.

한 관제요원은 “일하고 정당히 받아야 하는 월급을 왜 각서까지 쓰면서 받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공공연대노동조합과 구청 관제센터 요원들은 6일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06055503_1003.jpg공공연대노조는 6일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등포구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집으로 날아온 건강보험료 미납 통지서
“4대 보험은 알아서 받아라”는 구청
노조 “직고용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

영등포통합관제센터는 2010년 3월 31일 설립됐다. 센터는 영등포구청 건너편 영등포보건소 지하 1층에 있다. 12명의 관제센터 요원은 이곳에서 4조 2교대 형식으로 24시간 영등포구 곳곳에 설치된 3500여대 CCTV를 통해 안전사고 등이 발생하진 않는지 감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래동 인근 쪽방촌 화재감시 업무도 추가가 됐는데, 쪽방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이상 징후가 관제시스템에서 확인될 경우 관제센터 화면에 해당 구역 빨간색 점이 깜빡이고, 이를 관제요원이 곧바로 구청과 관계기관에 알려 대응하는 식이다. 영등포구 곳곳에 설치된 1천여 대의 비상벨에 대응하는 일도 한다. 실제로 비상벨은 수시로 울리며, 관제요원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은 일에도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관제요원들에 따르면, 보통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하는 업무 등으로 사실상 평소 본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든 구조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6년 동안 일한 황 모 관제요원은 올해 초 발생한 대림동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일조해 영등포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등 관제요원들은 구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06052254_1000.jpg살인 용의자 검거에 일조한 관제요원 표창장ⓒ공공연대노조 제공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1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 구청은 매해 10월마다 용역업체 공개입찰을 진행했고, 연말이면 새로운 용역업체로 관제요원들을 고용승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안 됐다. 정부는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직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CCTV 관제요원들은 이 원칙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지자체가 노사전문가협의회 등을 구성하여 해당 업무에 대해 심사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지만, 당사자인 관제요원들은 정규직 전환 관련 심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그러다가 올해 7월 6일 용역업체가 부도가 났다. 6월 월급이 나오지 않았고,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가 6월 1일 구청 관제센터에 입사한 정 모(38) 관제요원은 아픈 부모님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긴급대출을 신청해야만 했다. 그는 용역업체 부도 후 새로운 업체로 바뀔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신분으로, 영등포구 곳곳을 감시하는 요원으로 묵묵히 일했다. 다른 관제요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6월분 4대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했다. 일을 시작한 것은 6월인데, 국민건강보험에는 7월 1일에서야 가입됐다. 다른 관제요원들은 6월분 건강보험료 미납 통지서를 받았다. 정 씨의 경우 6월 중 일하다 다쳤다면, 산재 사각지대에 놓였을 수도 있었다.

2주 뒤, 구청이 월급 일부를 직접 지급하긴 했다. 12명의 관제요원 전원이 ‘이를 이유로, 영등포구청과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지 아니하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각서에 서명한 뒤에서야 6월분 급여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통장에 찍힌 금액은 4대 보험료가 빠진 월급이었다.

구청은 임금체불만큼은 막아보겠다고 직접 임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관제요원들에게 직접고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분명히 선을 그은 셈이다.

정진희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장은 “지자체에서 관제센터 업무를 어떻게 부실기업에 맡길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직접 임금 지급한 건을 두고 직고용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 것에 대해 “정규직 전환할 생각 하지도 말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당초 구청이 상시지속 업무이면서 구민의 생명·안전과도 관련 깊은 관제센터 요원을 정부 방침대로 직고용했다면 관제요원들이 이 같은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06060205_1005.jpg영등포통합관제센터ⓒ영등포통합관제센터 홍보영상

노조와 관제요원들은 이날 구청 민원실에 접수한 호소문을 통해 “상시·지속 업무에 생명·안전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정하고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자고 선언한 만큼, 이에 발맞추는 영등포구청의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노조에서 해당 각서를 두고 ‘정규직 전환 포기 각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구청 관계자는 “해당 각서는 정규직 전환 포기 각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6월이 끝나면 7월에 업체에 (인건비 등을) 지급하는데, 업체에서 부도가 났다며 관제요원들에게 직접 (월급을) 주라고 공문이 왔다. 그래서 구청이 월급을 직접 줘도 되는지 노무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업체 요청도 있었으니 직접 지급하되, 직접고용은 아니라는 협약서는 받아내라는 자문을 받았다. 그래서 작성된 합의서”라고 말했다. 또 미지급된 4대 보험료 또한 그런 차원에서 지급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월급을 구청이 직접 지급하면, 관제요원들과 직접고용 관계가 성립한다는 법적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직접고용 관계를 인정하여 지급하는 인건비가 아님’을 사전에 분명히 하기 위한 각서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자치단체 중 용역업체 소속 CCTV 관제요원을 정규직 전환한 곳도 있고 안 한 곳도 있다”라며 “스마트 관제센터 운영으로 인한 고용인원 감소, 중소기업 육성 등을 이유로 일부 자치단체는 관제요원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등포구청은 아직 관제요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관해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공연대노동조합

주소 | (04314)서울 용산구 원효로 97길 41 동양빌딩 2층
전화 | 02-364-2271  팩스 | 02-365-2271
이메일 | cbnojo@daum.net

Copyright © 공공연대노동조합.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Whales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