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터뷰] ‘죄책감’에 노조 결성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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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공연대 댓글 0건 조회 2,486회 작성일 20-11-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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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장영도 상담원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무인카페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해 공공연대노조를 상급기관으로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보통 노동조합은 노동자 자신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결성된다. 상담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이유 또한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출발점이 조금 달랐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장 상담원은 “조금만 더 도와주면 가정이 좋아질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됨에 화가 나고, 너무나 답답했다”며 노조를 결성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장 상담원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담원이 저뿐만 아니”라며 “대부분의 상담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탄했다.
그의 한탄에, 함께 있던 다른 상담원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다. 대부분의 상담원들은 학대받는 아동을 보호하고 치유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이 일을 선택한다고 한다. 이날 만난 김병익(42) 씨, 권오범(34) 씨, 장영도(35) 씨도 비슷한 이유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됐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감정은 ‘뿌듯함’보다는 ‘죄책감’이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상담원들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유
“1인당 월평균 60사례, 미국의 3배”
보통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원들은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다. 상담원들의 첫 번째 역할은 현장조사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가 있었는지 판단하는데, 만약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아동학대 행위자(가해자)와 피해자간 분리조치를 취한다. 이렇게 분리된 피해 아동은 보호시설에 맡겨지거나, 병원치료를 받는다.
이후부터는 상담원들의 사례관리가 시작된다. 피해아동과 가정을 꾸준히 살피면서 심리상담 및 치료, 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정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장 가깝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학대를 당한 아동의 정신적 피해는 단기간의 치료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상담원들은 최소 6개월에서 길면 1년까지 지속적으로 아동과 가정을 살피며,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춰져 왔던 아동학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존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해 10월 국제구호개발 NGO단체인 굿네이버스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발간한 ‘대한민국 아동보호 기준선 수립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담원 1인당 월 평균 60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삼는 기준보다 2~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상담원들은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도 “미국 다수의 주가 받아들이고 있는 기준은 월평균 20사례”라며 “담당 사례 수가 많으면 안전망의 불균형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사례관리담당인력을 2배가량으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에서 상담원들은 이 보고서 데이터조차 매우 보수적으로 측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10여 년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몸 담고 일해 온 김병익 상담원은 “최소 6개월간 사례관리에 들어가고, 계속해서 새로운 신고 접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명의 상담원이 관리하는 사례는 100사례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현장에선 황당하고도 안타까운 일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의정부 4살 딸 학대 치사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1일 경기도 의정부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엄마가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엄마 이모(33) 씨는 이날 새벽 딸이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4시간 동안 가두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씨는 A 양이 사망하기 전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일종의 ‘재학대’ 사건이었다. 아동학대가 발생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해아동과 행위자(가해자)를 분리해 1년가량 관리에 들어갔다가,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 사례였다.
사례관리 기간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새로운 사건과 수많은 사례관리로 사실상 교육과 치료과정을 끝낸 가정을 계속해서 돌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동료 상담원들의 지적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상담원은 심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담원들은 “상담원들이 겪고 있는 과중한 사례관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고는 500건인데, 심리치료는 50~60명 아동만”
60건 가량의 사례를 관리하다보니, 매일 학대아동과 관련한 민원을 받는 건 부지기수다. 또 기관이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언제 무슨 신고로 출동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퇴근 아닌 퇴근’을 한다. 새벽에라도 아동학대 관련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2인1조로 현장에 출동해야만 한다.
게다가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지만, 정부지자체 예산으론 인건비 충당조차 버겁다. 이런 이유로 ‘예산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을 위해 모금 활동도 펼친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법원에선 “가해자에 대한 심리치료를 진행하라”는 명령을 한해에도 수십 건 하달한다.
김병익 상담원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저희 기관의 경우, 작년에 아동학대 신고만 500건 가까이 접수했다”며 “이렇게 신고 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심리치료가 필요하지만, 주어진 예산과 인력상 그러지 못한다. 가장 피해가 큰 아이들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치료를 받는 아동이 1년으로 따지면 약 50~6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상담원들이 매일 같이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이유다.
끊임없는 폭언, 협박에 시달리는 상담원들
상담원들, 문제해결 위해 노동조합 결성
상담원들이 겪는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담원들은 매일같이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동학대 행위 부모가 상담원의 신상을 조사해 가족들을 볼모로 협박하는 경우, 가정방문을 했다가 학대 행위 부모가 휘두르는 흉기에 맞아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 아이를 보호시설에 맡기는 것에 불만을 품은 부모가 아동보호기관 사무실에 불을 지르는 경우 등 처리해야 할 일만큼이나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많았다.
권오범 상담원은 “최근에도, 저희가 사례관리를 하고 있는 가정의 부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로 상담원들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상담원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각한 협박과 위협을 받았던 직원 중에는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권 상담원은 “저 또한 심각한 학대가 벌어지는 가정에서 응급조치로 아동을 빼내려고 하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칼로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동행했던 경찰관들이 없었다면 큰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며, 직접 겪은 경험담을 전했다.
이렇다보니, 상담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을 채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기관을 떠나고, 학대 행위 부모나 친척들로부터 듣게 되는 욕설과 협박에 견딜 수 없어 일터를 떠나는 것이다.
기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 강력히 문제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한다. 기관이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 미운털이라도 박히면 위탁계약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담원들은 기관에 의존하기 보단, 노동조합을 결성해 직접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대 지회장은 15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을 해 온 김병익 상담원이 맡았다. 김 지회장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라며 “상담원들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노조가 뒷받침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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