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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연맹에서 쫓겨난 2400여 비정규직, 민주노총이 구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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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공연대 댓글 0건 조회 399회 작성일 20-11-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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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3-07-16 10:23:42l수정 2013-07-16 12: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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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공공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 대부분 경비, 환경미화원, 방문건강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조는 현재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에서 제명된 상황이다.ⓒ민중의소리


지난 3월19일 경기 의정부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사무실.

민주노총 16개 산별연맹 중 하나인 이 연맹 대의원 34명이 모인 자리에서 연맹의 산하조직인 공공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간부들이 2,400여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목소리 한번 들어보지 않고 제명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민주일반연맹에서 공공비정규직 노조를 제명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이성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방문건강 간호사의 경우 정부의 무기계약 지침 상 전국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로 제명 되는 게 말이 되느냐.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일반연맹은 조직질서 문란을 이유로 공공비정규직노조를 제명했다.

민주노총에서 외면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지자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경비, 환경미화원, 방문건강 간호사 등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계약직이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다. 노조의 특성상 고령이나 여성 등 직장에서 소외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조합원이다.

이성일 위원장은 3년 전 노조 활동 과정에서 장출혈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충남대 청소노동자, 방문건강 간호사들의 해고 철회를 위해 두 차례나 단식을 진행했다. 그 사이 지난 2009년 충북지역에서 100여명으로 깃발을 띄운 노조는 4년 만에 2,400여명으로 대폭 늘었다.

노조에 가입한 지자체 직고용 환경미화원 월급이 100만원 가량 인상되는 등 노조 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전국에서 가입문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노조는 2011년에는 전국 조직으로 성장했고, 방문건강 간호사 등 조합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교섭을 벌이게 되면서는 공공비정규직노조로 명칭까지 전환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가 민주일반연맹에서 제명되면서 2,400여명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우산’이 될 상급단체가 없어질 처지가 됐다. 민주노총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산하 16개 산별연맹을 통해서만 조합원 자격이 부여된다. 연맹에 가입하지 않거나 소속 연맹에서 제명당할 경우는 민주노총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결단해 민주노총의 문을 열고 들어온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징계 제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총 밖으로 내쫓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민주노총 전남본부에서 임시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도 유지되고 있지만, 16일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회의에서 구제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기는 힘들게 된다.

노동자 보호해야할 민주노총, 제명은 왜?

민주일반연맹에서는 공공비정규직노조가 민주노총 내 ‘1사 1노조 원칙’을 위배하고 지역 내 복수노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민주일반연맹에는 공공비정규직노조 외에도 전국민주연합노조, 충남공공일반노조가 속해 있는데 이들 노조는 환경미화원 등 노조 가입 대상이 비슷하다. 그런데 공공비정규직노조는 민주연합노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노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벌어진 구례군 사건이다. 민주일반연맹은 “구례군 무기계약직 가운데 도로보수원이 민주연합노조에 가입해 창구단일화절차를 거쳐 대표교섭노조가 된 이후 환경미화원을 조직하던 상황이었는데, 공공비정규직노조가 이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통보 없이 환경미화원을 자기조직으로 가입시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맹은 “이후 공공비정규직노조에서 전국민주연합노조의 교섭대표권에 문제가 있다며 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까지하였고 재심까지 거쳤다”고 조직질서 문란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항변한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민주노총에 구제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구례군의 경우 방문간호사가 공공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것이 6월, 도로보수원이 민주연합노조에 가입한 것이 8월, 환경미화원이 공공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것이 10월”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교섭대표권 문제는 “민주연합노조의 요구에 따라 창구단일화 공고를 했을 때, 군청과 떨어진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우리 노조 조합원들이 교섭요구사실을 파악할 수 없어 창구단일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정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라고 설명했다.

나주, 목포, 영암 등 기존 전국민주연합노조가 있는 현장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민주일반연맹은 “공공비정규직노조는 2012년 중하순 경부터 같은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에 상의 없이 행정보조원, 방문간호사 등을 조직해 복수노조를 만들고 교섭권 관련 마찰을 일으켰다”며 “극단적인 조직 이기주의를 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공공비정규직노조는 “2012년 1월부터 방문간호사의 무기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며 “4월부터 간호사들이 광역시도별로 우리 노조에 가입했는데, 현실적으로 간호사들이 가입하는 지역에는 이미 지자체 차원의 노조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그러나 방문간호사는 단체장을 상대로한 교섭이 아니라 대정부투쟁을 통해 무기직 전환 지침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으므로 교섭권이 문제될 것이 없었다”며 “민주연합노조는 나주, 영암, 해남의 경우 무기계약직을 조합에 가입시키기 위한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민주일반연맹의 징계 사유는 사안마다 연맹과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연맹의 대의원들은 2시간여 동안 토론을 거친 뒤 표결을 진행해 찬성 24, 반대 9, 무효 1표로 제명을 결정했다.


내부 견제 위해 비정규직 내쫓는다?

노동조합의 조직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제명이라는 극단적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 일각에서는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조합원수가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점을 주목한다. 현재 민주일반연맹에는 공공비정규직노조를 제외하면 민주연합노조 조합원이 3,500여명, 충남공공일반노조 조합원이 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립 당시 소규모 노조였던 공공비정규직노조가 방문건강 간호사 사업 등을 하면서 연맹 내 대규모노조로 성장한 셈이다.

이는 민주일반연맹의 지형이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현행 37명 대의원 중 28명은 민주연합노조, 5명은 공공비정규직노조, 4명은 충남공공일반노조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조합원수가 대폭 늘어난 현실을 감안할 경우 대의원 구성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연맹 안에서 공공비정규직노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자연스레 제명에 찬성한 24명의 대의원이 2,400여명의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느냐는 형식적인 문제제기도 뒤따른다. 민주일반연맹 대의원의 대부분을 공공비정규직노조와 갈등을 빚은 민주연합노조측에서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명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공공비정규직 노조 제명은 겉으로는 조직분란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조직 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세력이 주도권 상실 우려 때문에 소속 노동자들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조직 내 단합을 통해 노동자들을 대변해야할 간부들이 자신들의 주도권을 위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팽겨 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이성일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여 아직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착취와 억압 속에서 권리를 포기당하고 살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모든 노조와 단위는 단결의 관점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비정규노조는 민주노조운동, 비정규직노조운동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조라는 원칙을 세워가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투쟁해왔다”며 “이런 과정에서 일어난 조직 갈등과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단결과 동지라는 관점이 아니라 제명이라는 단죄와 배척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일반연맹측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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